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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의 심훈기념관을 찾아서

“심훈 선생 민족정기 느끼러 꼭 한번 들러봐야 할 곳”

 

심훈 선생

난생 처음 충남 당진의 심훈기념관을 찾았을 때 “가 슴이 먹먹했다”고 지난 5월호 머리기사에 썼다(청송 심씨종보 제149호, 1쪽). 그 당시 억누를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핏줄을 찾아 ‘마음의 고향’을 찾아 왔다는 느낌이었다. 청심회(회장 심충식) 주관으로 2017년 11월 청송의 시조묘를 참배했을 때와도 달랐다. 청송이 주왕산을 낀 본원적인 모습이라면, 당진은 바다가 옆에 있어 안온했고 잘 정돈된 기념관은 의연했다.
청송 심씨는 조선시대에 삼정승과 육조판서를 많이 배출한 명문가란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조선시대나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온 국민의 칭송을 받으며, 교과서에 실릴만 한 인물은 별로 없다. 소헌왕후의 아버지인 심온 할아버지나 조선의 양반세력이 사색당파로 갈릴 때 서인의 우두머리 였던 심의겸 할아버지가 일반인에게 그나마 알려졌 을 뿐이다. 그런 관점이라면 심훈이야말로 심문이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다. 심훈의 〈상록수〉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장편소설 1위에 올라있다. 문화방송이 1983년 10월 22, 23일 여의도 스튜디오 특설전시장에서 개최한 <83 한국소설 1천 년전>에 참가한 시민 14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엽서로 응답한 중고등학생, 대학생, 회사원, 주부, 노년층 등 각계각층 2만 2305명 중 압도적 다수인 43.7% 가 심훈의 <상록수>를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고 답했다(중복응답). 2위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38·2%), 3위는 이광수의 <무정>(33· 5%)이었다.

(중앙 일보, 1983년 11월 16일,https://news.joins.com/article/1721117#none)
상록수에는 농촌계몽에 나선 남자 주인공 박동혁이 나온다. 박동혁의 모델이 심훈의 장조카 심재영이다. 여주인공 채영신은 안산의 실존 인물인 최용신을 모델로 했다. 그녀는 몸을 사리지 않고 농촌계몽 운동을 하다가 상록수에 나오 듯 “과로와 영양실조로 창자가 꼬여 썩어가는 병”으로 26세에 죽었다. 채영신은 소설 속에서 사랑하는 약혼남 박동혁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한 줌의 흙이 됐다. 100년 전에 민족의식과 강압통치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던 식민지 지식인과 헐벗고 배고파 죽어갔던 이 땅의 양민을 생각하니 처연한 슬픔이 밀려왔다. 지난 5월 4일과 6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심훈기념관을 찾았다. 첫 번째는 심 천보 심훈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심대평 대종회장을 비롯해 심장식 선광회장, 심규선 종보편집장, 심상억 문화이사, 심 창선 곡산공 총무와 함께였다.

심훈기념관은 충남 당진시 상록수길에 있다. 기념관은 그의 생애를 민족의식의 태동, 저항의 불꽃, 희망의 빛, 그날이 오면 등 4단계로 나눠서 보여주고 있다.(기념관 홈페이지 캡쳐)

다음 9월호에서는 21세기 종합예술가의 모델인 심훈 선생의 계몽사상과 근대화 기여에 대한 심문 일가의 지상 좌담회를 소개합니다. 심훈기념관의 주소는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상록수길 97이다. 이곳이 바로 상록수 소설에 나오는 부곡리이다. 심훈기념관은 2014년 9월 16일 개관했다. 당진시가 필경사(筆耕舍)와 그 옆의 심훈문학관을 운영해왔다. 장소가 비좁아서 그 옆 부지 2,842㎡을 따로 구입해 703.2㎡ 규모의 단층으로 신축한 것이 심훈기념관이다. 방문 당시에는 당진시로부터 1억 원의 예산을 받아 옥상의 방수공사 를 하고 있었다. 
심훈기념관 옆으로는 5,477㎡ 규모의 널찍한 상록수공원이 있으며 그 옆에 심 훈이 기거하면서 상록수를 집필했던 필경사가 있다. 필경이란 붓으로 논과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필경사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일자형이다. 동남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필경사 앞에서는 바다가 넌지시 보인다. 뒤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졌다. 마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상록수문화관도 바로 이곳에 있다. 심훈기념관은 2014년 개관 이후 방문인원 수가 연 10만 명에 달한다. COVID-19가 확산하기 직전 해인 2019년에는 11만 명이나 방문했다. “대다수가 버스로 오는 단체 관광객이었다”고 고대영 학예연구사는 말한다. 하지만 코로나가 확산한 이후로는 방문객이 만 명 이하로 떨어 졌다고 한다. 
단층인 심훈기념관은 필경사에서 보면 지대가 낮아서인지 반지하처럼 보인다. 전시관은 293㎡(90평)으로 심훈가의 후손과 관계자들이 기증하거나 위탁한 유물로 꾸며져 있다. 전시는 심훈 선생의 일생을 기승전결로 나눠 ‘민족의식 의 태동’, ‘저항의 불꽃’, ‘희망의 빛’, ‘그날이 오면이란’ 코너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전시관 중앙은 '상록수와 계몽 운동의 씨앗'을 상징하는 유품으로 구성했 다. 또 '심훈의 시 쓰기 체험'과 '심훈의 시 낭송 체험'장도 마련해 놓고 있다. 당진시 문화관광해설사가 항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심훈 선생의 저항 정신과 계몽 정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도 이원복 해설사(62)가 심훈 선생의 공적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심훈기념관 옆의 작은 공원에 있는 전시물. ‘상록수’의 주인공인 박동혁과 채영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박동혁은 심천보 이사장의 아버지인 심재영 선생이 모델이다.

두 번의 방문을 통해 심훈기념관은 심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들러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훈이 상록수를 통해 어떻게 민족정기를 살리려고 했는지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봐야 한다.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심훈기념관 주변에는 필경사 말고도 박동혁의 실제모델인 심재영의 고택, 여주인공 채영신이 박동혁을 찾아 왔던 한진포구 등이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이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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