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선계서

盖天之生物使之一本故品類雖萬而能在遂而自得之俾之各正性命雖形色之至著靑黃碧綠皆能隨其素質而恒存焉在物猶然况於人乎哉所以聖人爲天下萬世有憂立敎而明倫之必本於各人所受使之各親其親長其長也然則吾人旣處于上而祖先下而子孫上下之中間矣可不遵聖人之敎而上下之哉事亡如事存祖先陟降精靈其在乎齊明盛服而承之也犧牲弊不成粢盛不潔謂將如何六尺軀來何處惟此全生軀軆各受之父母而溯以上末以本矣則莫不由祖宗血脉之支流也其在精神之所流通可不宿齊戒而思所以致之也哉况我虛江先祖之豊功盛烈固己勒銘金石炳著史冊子孫宗族皆被其澤不待加壘疊床而自我宗族報本之道不可不悠久彌篤也祭社良溪創自儒林而永久無替責不於本孫歟所以名之以慕先設此約契惟願爲吾宗族無漏入錄芬苾之際使我祖宗觀之則其肯曰自我血脈合湊一致矣以圖昌大門戶豈不在玆歟勉之哉勉之哉歲己丑三月旣望後孫壽澤謹撰

모선계서(번역문)
대개 하늘이 물건을 한 본(本)으로 낳으므로 물건의 종류가 비록 만가지가 되더라도 능히 성취하며 스스로 얻어서 각각 생명을 온전히 하는데 비록 모양과 색(色)이 청(靑) 황(黃) 벽(碧) 녹(綠)으로 나타나더라도 모두 그 소질(素質)에 따라 항상 존재(存在)하고 있으니 물건에 있어서도 그러하거든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성인(聖人)이 천하만세(天下萬世)를 위하여 염려하고 가르치며 인륜(人倫)을 밝히는 까닭은 반드시 각자가 받은 바에 바탕을 두고 그 부모를 섬기고 어른을 공경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즉 우리는 위로 조상이 있고 아래로 자손이 있어 위 아래의 중간에 있는 것이니 가히 성인의 가르침을 준수(遵守)하여 상하를 분별하지 않을손가 조상을 섬기되 생존시(生存時)와 같이 정성을 다하면 조상이 오르고 내릴 때 그 정령(精靈)이 바르고 밝으며 엄숙하게 차린 의복으로 받을 것이지만 희생(犧牲:天地 廟社에 제사지낼 때 바치는 산 짐승)이 없고 제수(祭需)가 깨끗하지 못하면 장차 어떻게 제사를 지내겠는가 여섯 자(尺)의 몸은 어디에서 나왔나 오직 이 몸은 부모에게서 받았으니 거슬러 올라가고 아래로 내려와도 조상 혈맥(血쭍)의 지류(支流)아님이 없으니 그 정신의 유통(流通)하는 바에 있어 가히 재계(齋戒)하고 극진하게 생각하지 아니하리오 우리 허강 선조의 풍성(豊盛)한 공훈(功勳)과 열행(烈行)은 이미 비명(碑銘)에 새겨졌고 역사에 빛나서 자손들이 모두 그 혜택을 입었으니 거듭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가들의 조상의 은혜를 갚는 도(道)가 오래 갈수록 더욱 돈독(敦篤)하여야 할 것이다. 양계사(良溪祠)에 제사지내는 것은 유림(儒林)으로부터 시작되어 영원히 폐(廢)하지 않았으니 그 책임이 본손(本孫)에게 있지 않은가 모선(慕先)이라 이름짓고 이 계(契)를 만들었으니 오직 원컨대 우리 일가들이 빠짐없이 이 계에 들어오면 제사지낼 때 우리의 조상이 보시고 즐기어 말하기를 내 자손의 뜻이 일치되었다고 할 것이니 문호(門戶)를 크게 일으키는 것이 어찌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힘쓰고 힘쓸지어다.

기축년3월16일
   후손 수택이 삼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