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방문

倡義榜文 壬辰四月二十四日
方今 國家不幸島夷猖獗憤痛之極尙忍言哉傳聞本月十三日已陷東萊賊勢浩大事甚急迫凡我士流之有彛倫有血氣者甘爲全軀保家之計而不效殉國死長之義哉於乎 君父之讐 宗社之辱爲臣子者所不可共天也淸素質不武猶知忠憤妄與同志欲效一死伏願一鄕僉員無論貴賤一一來會于道致洞蓄勵義氣以赴國亂北首爭死勦滅凶賊復見太平之聖世其不快哉設有不全而冒刃蹈火骨暴邊野死得其死其不快哉榜文所及宜各勉焉其速勿稽

창의방문 임진4월24일
지금 나라가 불행하여 섬에 사는 오랑캐가 침공하여 미쳐 날뛰니 그 분통함을 참아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전하는 말을 듣건대 이달 13일에 동래성(東萊城)이 이미 함락되었고 적의 세력이 많고 커서 일이 매우 급박(急迫)하게 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림(士林)에서 떳떳한 도리를 지키며 의기왕성(義氣旺盛)한 사람들이여 기꺼이 온몸을 바쳐 나라와 임금을 위하여 죽는 의리를 본받지 않겠습니까. 아아 임금의 원수와 나라를 욕보이게 하는 자들과는 신하가 된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서 함께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청(淸)은 본래 무관(武官)이 아니지만 오히려 충의로운 마음을 알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같이 한번 죽어 나라에 보답코자 하오니 삼가 원하옵건대 한 고을의 여러분께서는 귀천(貴賤)을 막론하고 모두 도치동(道致洞)에 모여 힘써 의기(義氣)를 모아 국란(國亂)에 나가서 죽을 힘을 다하여 흉적(凶賊)을 멸망시키고 태평성세(太平聖世)를 다시 보면 쾌하지 않겠습니까. 온전하지는 못하나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다가 변방(邊方)에서 전사(戰死)하여 시체를 거두어 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마땅히 죽을 데서 죽은 것이니 쾌하지 않겠습니까. 방문이 도착되는 즉시 마땅히 속히 각각 힘쓰고 머뭇거리지 말기를 바라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