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당랑(百合螳螂: 백합과 사마귀)

5-6월경에 순백의 꽃잎을 피우는 백합과 사마귀가 같이 있는 초충도이다. 작은 풀이 무성한 밭에서 백합 한줄기가 길게 휘어지며 화면 전체를 꽉 채우고 있다. 백합의 줄기와 잎은 몰골법으로 그렸는데 아래쪽의 잎은 진하게 하고 위로 가면서 새잎은 연한 색으로 하여 식물의 생태를 잘 표현하였다. 잎맥은 잎색보다 진한 선으로 간략히 그었다.

꽃은 먼저 아주 엷은 녹색으로 윤곽을 잡고 그 안 역시 연하게 물들였다. 길게 나온 붉은 꽃술에는 검붉은 점이 점점이 박혀 있고, 만개한 백합꽃 밑에는 봉오리를 아직 열지 않은 한 송이가 길게 뻗어 있다. 몸 전체가 잎색과 같은 초록의 사마귀는 가장 넓은 잎 하나를 타고 올라 붉은 더듬이를 앞쪽으로 쭉 내밀고 당당한 자세로 서 있다. 다른 초충도와는 다르게 괴석을 그려 넣지 않아 백합의 전모가 모두 드러나서 그림 자체가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이다. "심씨이숙(沈氏頤叔)"이라는 주문인장이 찍혀 있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