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접귀비(蜂蝶貴妃: 벌과 나비와 양귀비)

당(唐) 현종(685-762)의 비인 양귀비(楊貴妃, 719-756)를 이백(李白, 701-762)이 아편꽃에 비유한 이후 아편꽃은 양구비(楊貴妃)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 양귀비 꽃 주위에 아름다운 나비와 벌이 모여들고 있는 그림이다.

잎이 무성한데 꽃대 하나가 높이 솟아 올라와 그 끝에 탐스런 겹꽃 한 송이를 피워내었다. 중심 줄기의 곁가지에서도 한 송이가 봉오리를 싼 잎을 벌리며 솟아오르고 있고, 밑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한 송이가 올라오고 있다. 잎과 줄기와 꽃은 몰골로 처리하였고, 꽃잎에는 짙은 붉은 색으로 실선을 그어 실제 사실성을 강조했다. 중심 줄기가 너무 부드럽고 약하여 꽃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이미 붉은 벌 한 마리는 꽃 위에 앉아 꿀을 빨아 먹고 있고, 커다란 호랑나비는 막 꽃 위에 앉으려는 순간이다. 나비는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흰색을 모두 사용하여 오색 호랑나비를 만들었다.
"현(玄)", "재(齋)"라는 작은 백문인장이 찍혀있다. 《현재첩》에 들어 있는 그림이다. (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