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학명천(秋壑鳴泉: 가을 골짜기에 물소리 울리다)

주봉이 마치 구름에 가리운 듯 산허리가 파여서 천길 낭떠리지를 만들고 있다. 『고씨화보(顧氏畵譜)』 제2책에 실린 북송대 곽희(郭熙)의 그림이나 같은 화보의 형호(荊浩)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봉우리 군데군데 작은 관목들이 우거진 것과 틈새에 건물을 두고 폭포를 배치한 것도 위의 두 화보 그림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봉우리 표현법은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권3에서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우뚝한 주산이 스스로 둘러 감싸 안는 주산자위환포(主山自爲環抱)법식의 구성이다. 전체적으로 점점이 찍은 나무 잎새들이 화면에 두드러지게 드러나, 짧은 붓질로 옅게 거듭 칠해간 바위와 더불어 작은 폭포가 있음에도 스산하고 메마른 분위기를 북돋운다. 그림에 비해 큰 "심씨현재(沈氏玄齋)"의 인장이 있다. (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