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지호접(折枝蝴蝶: 꺾은 꽃와 호랑나비)

꽃이나 식물을 꺾어 놓은 형태로 그린 그림을 절지화(折枝畵)라 부른다. 이와 같은 절지화는 중국 북송대(北宋代)에서부터 그려지기 시작된 뒤 청대(淸代)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다. 각 시대마다 그 기능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장식적인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 소재도 길상적인 내용을 담은 것들을 조합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모란은 부귀, 패랭이꽃은 청춘, 석류는 다자(多子), 연가(蓮菓)와 연근(蓮根)은 과거에 연이어 급제(連科)하는 것, 백합(百合)과 나비는 장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모두 구복적인 상징성을 지닌 소재들로 구성하고 있다. 채색 또한 매우 화려하여 현재가 중국 절지화의 전통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절지화의 생래적인 특성이기도 하지만, 나열적인 구성과 생동감이 결여된 경물들의 묘사는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이전에는 이런 절지화가 거의 그려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가 다수의 절지화를 그리고 있는 것은 단지 그의 중국적 취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당시 문화취향의 일면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아야 할 듯하다.

즉 현재가 활동했던 영조년간의 안정된 사회분위기속에 이와 같은 장식적이고 현세적인 그림들을 요구하는 수요층이 점차 늘어갔고, 현재가 이에 부응하면서 이런 화려한 절지화를 그리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후기 화단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그 예술성은 차치하고라도 미술사적인 의미가 적지 않은 작품이라 하겠다. 《표현양선생연화첩》에 장첩된 그림 중 하나이다. (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