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하유영(魚鰕游泳: 물고기와 새우가 헤엄치다)

게는 등에 있는 딱지(甲)로 인해 흔히 장원급제의 상징으로 항용되던 소재인데, 이렇듯 갈대(蘆)를 함께 그려 놓으면, 장원급제하여 임금이 내리는 음식(臚)을 받으라는 축원이 담긴 그림이 된다. 게는 이런 길상의 의미뿐만 아니라 때로는 용맹과 겸손의 상징으로도 애용 되었으니, 집게발을 들고 적과 싸우는 모습과 옆으로 가는 걸음걸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새우는 우리들에게 게와 함께 가장 친숙한 갑각류 중 하나인데, 이 역시 길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딱딱한 껍질을 두르고 있음에도 "자유롭게 굽힐 수 있는(彎彎順)"새우의 모습에 착안하여, 매사가 순조롭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게와 새우는 이런 상징성과 더불어 몇 번의 붓질만으로 그려낼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형상을 지니고 있으니, 예로부터 직업화가는 물론이요 문인화가들에게도 "어해화(魚蟹畵)"의 주요 소재로 크게 애호되었다. 산수(山水), 인물(人物), 화조(花鳥), 어해(魚蟹)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여러 화과에 두루 능했던 현재도 당연히 게나 새우를 소재로 한 그림을 적지 않게 그렸을 터인데, <노저해행>, <어하유영>이 그런 그림들 중 하나이다.

수묵을 위주로 하면서 약간의 담채를 가한 이 두 그림은 사실적이지도 않고, 사의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다만 물기 많은 붓을 툭툭 던지듯 몰골로 그려낸 게와 새우의 묘사나 거친 듯하지만 감각적으로 쳐낸 갈대의 양태(樣態)에서 자기만족적인 묵희(墨戱)의 묘미가 느껴진다. 이 역시 문인화가 가진 여러 요소중 하나이자, 현재 회화의 일특징이다. "현재(玄齋)"라는 백문방형 인장과 "심씨이숙(沈氏頤叔)"의 주문방형 인장 두 방울 찍었다. (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