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약영일(魚躍迎日: 물고기가 뛰어 해를 맞이하다)

수평선 너머로 이제 막 해가 떠올랐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펼쳐진 수면은 요동치며 꿈틀대는데, 잘 생긴 잉어 한 마리가 몸을 솟구쳐 해를 맞이하고 있다. 화면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이 잉어 한 마리는 전체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그로 인해 이 그림이 단지 바닷가의 일출을 묘사한 예사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잉어의 모습은 등용문(登龍門)의 고사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고사는 산서성 황하의 지류에 3단계 폭포가 있는 곳을 용문(龍門)이라 하고 이곳을 뛰어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니, 과거(科擧)에 급제하거나 승차(陞差)하기를 바라는 축원을 담아내기 적합안 소재이다. 이에 예로부터 이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자주 그려졌던 듯하니, 『고씨화보(顧氏畵譜)』에도 같은 내용의 그림이 전재되어 있다.

<어약영일>도 이를 모본으로 그려진 그림인데, 그림의 개략적인 형식만 참고했을 뿐, 구도나 세부묘사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 배경을 완연한 바닷가 일출의 장관으로 묘사한 것은 현재의 탁월한 착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잉어가 민물고기라는 점에 생각이 미치면 이 구성은 아무래도 불합리해 보인다. 그러나 뒤엎을 듯한 격랑과 기세(氣勢)가 충만(充滿)한 붉은 해는 약동하는 잉어와 호응하며 기막히게 잘 어울리고 있다.

수작(秀作)은 기발한 착상만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착상을 화면에서 예술적으로 승화시켜낼 수 있는 화기(畵技)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도 현재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수염 하나 측선(側線)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잉어의 사실적인 묘사나, 길고 짧은 필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역동성을 잘 살려낸 수파(水波)의 모습, 적재적소에 베풀어진 능숙한 선염(渲染)에서 현재의 원숙한 화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또한 화면 하단부터 점차 넓이를 줄여가면서 상중하 3단으로 화면을 분할하였는데, 이는 잉어가 뛰어 넘어야 할 3단계의 폭포를 암시하는 동시에 드넓은 수면과 반복적인 형태의 수파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단조로움을 보완하며 이 그림의 묘미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화면 상단의 관지에는 "정해(丁亥, 1767)년 2월 삼현(三玄)을 위해 장난삼아 그리다. (丁亥春仲爲三玄戱艸)"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후배의 등과(登科)를 기원하기 위해 그렸음직도 한데, 삼현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1767년은 심사정이 환갑되던 해이니, 자기 자신의 지난 세월에 대한 감회와 미래의 소망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노대가의 절정에 오른 기량이 한껏 발휘된 수작이다. (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