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죽모정(松竹茅亭: 솔숲 대숲 속의 초가정자)

현재는 남종화풍 수련에서 원사대가(元四大家)를 깊이 있게 연구하였다. "방운림필의(仿雲林筆意)" "방황자구필(仿黃子久筆)", "방매화옥인(仿梅花屋人)"과 같은 자제(自題)는 모두 이런 현상을 표출한 것이다.
이 <송죽모정>에서 현재 자신은 "운림의 필의를 본뜬다(倣雲林筆意)"는 관서를 써서 예찬의 필의를 본땄다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부분을 『고씨화보(顧氏畵譜)』 제4책 명대 동기창(董其昌)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그림의 모정(茅亭) 부분을 제외한 전체 구성이 동기창의 화보 그림과 비슷하다. 원경의 산봉우리들과 중경으로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오른편에 자리잡은 나무들의 구성이 유사하다.

물론 중심을 이루는 나무는 운치 있게 뻗어 올라간 우리 소나무로 바뀌었고 죽림(竹林)이 모정을 감싸게 만들었으며 강안에 이어진 토파의 부드러운 필치도 현재 특유의 기법으로 바꾸었다. 원산은 물론 맨 앞의 강안에도 미점을 구사하고 나뭇가지 일부는 해조법을 연상시키는 등 납북방화법의 특징적인 면모도 동시에 보여준다. 현재는 이런 종합적인 감성으로 송죽(松竹)에 뒤덮인 모정의 해맑은 운치를 작은 화면에 담아냈다.
"방운림필이(倣雲林筆意) 현재(玄齋)"라는 관지와 반원형 주문 "현(玄)" "재(齋)"인장이 있다. (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