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옹귀정(漁翁歸艇: 어부가 배를 돌리다)

고기잡이 나갔던 늙은 어부가 배를 돌려 마을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고목나무 아래로 배를 대고 있는데 아마 이 나무에 배를 묶어 둘 모양이다. 나무는 농묵으로 거칠게 둥치를 쳐내고 엉성한 가지에 호초점을 빽빽이 찍어 잎새를 상징했다. 어부는 배에서 막 내리려는 듯 삿대를 잡고 뱃전에 걸터 앉아 한발만 물속에 담그고 있다.

이 그림도 현재의 다른 많은 그림처럼 화보를 본따 새롭게 해석해낸 그림이다. 『고씨화보(顧氏畵譜)』제4책에 실린 사시신(謝時臣)의 그림과 매우 유사하다. 화보의 그림은 오른쪽 아래 토파에서 큰 나무 두 그루가 솟아나 잔가지들이 화면을 반 이상 뒤덮고 그 아래로 어부가 고깃배를 몰고 돌아오는 모습이다.

배 지붕이 둥글다거나 물고기통이 배 위에 있다거나 어부가 사립을 쓰고 있다거나 노가 아닌 삿대를 들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뱃전에서 한 발을 물에 담그고 배를 대는 것까지도 같다. 다만 현재의 그림은 물건너 대경을 아련하게 표현하여 인정미 넘치게 한 것이 다르다. 왼쪽 가운데에 󰡐청송지후(靑松之後)󰡑라는 방형주문 인장이 찍혀 있다. (鄭)